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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제주도

[제주도 여행] 마지막 백록담 등반 코스, 그리고 하산

by .sY. 2022.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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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곰돌이입니다.

마지막 백록담 코스에 올라간 이야기를 간략히 적어볼까 합니다.

 

사실 백록담까지 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와이프님께서는 이 산을 오르기 전까지 산이란 산은 가본적도 없을 뿐더러..

이전에 마지막으로 갔던 청계산(높이 618m)의 경우 매봉을 목표로 10분 등반 후에 포기하고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백록담이라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인데!

얼토당토 않다고 생각했고 계속 중간에 돌아올 것을 생각하며 가급적 와이프님께서 상처받지 않게 잘 설득하려 하였으나...

"백록담을 찍고 오면 뭔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거 같아!"

하는 와이프님의 뜬금포에 부정적인 말은 다 접고 그래 일단 한번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저 자신도 10년전 설악산을 오른 이후 1000m가 넘는 산은 올라가보지 않았기에 살짝 걱정되는 맘도 있었구요.

그런데 이게 왠 일인지....

 

너무 잘 올라가는거였습니다. 사실 1코스에서 잘 걷다가 2코스에 들어서면서 약간 할딱이는게 올게 왔구나 싶었는데 말이죠. 삼각봉 대피소에서 쉬면서 정상까지 가자 하는 것을 진지하게 말려야하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올라가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등산에도 비기너스 럭(Beginner's Luck)이 적용되나? 싶을 정도로 잘 올라가줘서 기특하기도 하고 제가 죽을 맛이기도 하고 복잡한 기분이었습니다.

여튼 간단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5코스의 시작, 삼각봉 대피소 ~ 백록담 코스에 진입할 수 있는 최종시각은 오후 1시, 즉 13시 입니다.

대피소에서 백록담까지 소요시간 1시간 40분, 그리고 내려오는 시각을 등산시각과 동일하게 보았을때 5시간이 더 걸린다고 한다면 관음사에 도착하는 시각은 최소 7시 40분입니다.

관음사 탐방로는 기본적으로 돌로 된 코스가 많고 경사가 있는 구간과 계단이 있는 구간이 곳곳에 존재합니다.

때문에 하산 시간이 등산 시간과 비슷하게 소요된다고 생각하고 계획을 잡으시는게 맞습니다.

저희가 올라간 시간은 4시간 30분, 하산시에는 4시간 정도 걸렸으니 크게 오차가 없다고 봐야할듯 싶습니다.

때문에 해가 비교적 긴 시기는 13시에 출발하는 것도 괜찮겠지만, 해가 짧아지는 시기에는 13시보다 더 일찍 삼각봉 대피소를 출발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잡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삼각봉 대피소에서 저 위 돌산봉우리를 보면서 사진 많이 찍으시는데 저거 백록담 아닙니다.(ㅎㅎ)

 

백록담 코스 출발선에 있는 통제 게이트입니다.

13시가 지나면 입구쪽 문을 막아놓습니다.

우리가 출발하던 시각이.... 10시 50분 정도 되었던가...

마치 헬게이트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며 무거운 발길을 옮겨봅니다.

 

이곳을 지나가면 우측으로 낙석을 방지하기 위해 철조망을 두겹으로 쳐둔 곳이 있습니다.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근데 이 시점정도 되면 지쳐서 사진이고 뭐고 빨리 올라가고 싶은 맘이 더 강했던 것도 있습니다) 낙석이 철조망을 훼손한 부분도 보여 약간 아찔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래저래 무난한 경사도로 슬슬 걸어가고 있었는데...

 

아... 왠 계단... 그것도 내려가는 계단...

이거 어차피 다 다시 올라가야할텐데 왜 내려가는 계단을 만든걸까..

만드느라 훨씬 더 힘들었을 공사하신 분들을 향한 의미없는 원망을 잠시해보고 또 한참을 내려갔습니다.

 

아 근데 인간적으로 왜이리 많이 내려가는거지 불안하게...

이거 이따가 돌아올때 다시 올라와야할텐데...

궁시렁 거리다보니 앞에 보인 것은 현수교였습니다.

관음사 코스의 두번째 다리인 용진각 현수교입니다.

용진각 현수교는 해발 1,560m의 용진각 계곡 사이를 잇는 현수교입니다.

2007년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태풍 '나리'로 인해 유실된 용진각 계곡 탐방로를 2009년 복구하면서 세운 현수교로, 길이 52.4m, 너비 2m 규모로 세워졌으며 지나갈때 가볍게 흔들림이 있어 내가 그리 무겁나? 하는 착각을 주는 다리입니다.

너비가 넓지 않아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춰서는 거 자체가 민폐일 수 있어 앞에서만 살짝 찍고 호다닥 넘어갔습니다.

 

용진각현수교 석상. 해녀를 본따 만든것이라고 하는데 왜 여기에 설치되었는지에 대한 얘기는 자세히 기술된 곳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제주의 상징이어서 여기에 놓인듯 한데... 음?

 

대피소에서 올려다보던 풍경과는 또다른 아름다움을 가진 산의 절경을 볼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 본 왕관바위입니다.

다만 이 풍경을 즐기기에는 허리가 너무 아팠네요..;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태풍 '나리'로 유실된 용진각대피소의 터가 있습니다.

1974년 세워진 이래 30년 넘게 등반객들의 휴식처가 되어주었던 용진각 대피소는, 2007년 태풍 '나리'가 몰고 온 시간당 100mm가 넘는 물폭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때 탐라계곡 지형 자체가 바뀌면서 급경사 계단도 유실되었고 앞에 얘기한 용진각 현수교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지요.

 

현재 남아있는 터 입니다.

데크만 남아있긴 하지만 이 마저도 정상에 오르는 등산객들에게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적설기 산악훈련 베이스캠프라는 현수막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산악인들이 산악훈련 시 사용할 수 있는 구역인 듯 합니다.

이곳을 지나면 이제 헬기장까지 끝없는 계단 구간이 시작됩니다.

 

아... 진짜 올라가라면 올라는 가겠는데...

이거 왜 올라가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계속 나는게 

무릎 아프고 허리아프고 얼굴이 햇빛에 타는게 느껴지면서 짜증이 나지만, 묵묵히 잘 올라가고 있는 와이프님을 보면서 그래 올라가야지 하고 조용히 올라간 구간입니다.

이쯤되면 말이 많이 없어집니다. 또 와이프님의 물 소비빈도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물을 넉넉히 가져가야한다는게 정말 느껴지는 구간입니다. 이 구간 외에도 하산시에도 물 소비가 극심하니 다시한번 물은 1인당 최소 1리터는 준비해오세요.

저희는 둘이 합쳐서 1.5리터 준비해갔지만 제가 등산시에 거의 물을 마시지 않는지라 어째저째 견뎠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살짝 더위를 먹은듯 하더라구요 ㅋ

왕관바위 지점까지 오면 이제 거의 다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55분이라고 되어있습니다만 실제로 저기서 30분 조금 넘게 걸린 것 같습니다.

다만 왕관바위를 직접 찍지는 못했습니다. 이 지점이 어디다 라고 생각할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 모르겠다 빨리 올라가고 보자 하는 본능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튼 별 감흥 없이 왕관바위 지점을 지나가고...

파워풀하게 마주치는 사람마다 Hello!를 외치는 외국인도, 완전장비를 하고 도란도란 얘기를 하며 올라가는 노년의 부부도 우리를 앞서가는 것을 뒤쳐지며 바라보기를 어언 30분여...

드디어 백록담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올라간 외국인들이 위에서 샤우팅을 계속 하는걸 들으면서, 여기서는 소리지르는거 아닌데 하고 불만섞인 짜증을 부리던 중 그곳이 백록담이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말 정신없이 올라왔다 싶었네요



우리가 봤던 백록담입니다.

흐린날이 많아 보기가쉽지 않다고 들었으나 우리가 간 날은 다행히 맑아서 백록담까지 잘 보였습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백록담 표지석에서 사진을 못찍었던 것입니다.

백록담 표지석 사진을 찍기 위해 넉넉잡아 300m 정도 등산객으로 이루어진 줄이 우리로 하여금 사진찎는 것을 포기하게 하였습니다.

방송이나 다른 분들 사진 보면 그렇게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지도 않던데 왜 우리가 갔을때만 유독 그리 많았는지 아쉬움이 들면서 웹에서 찾아온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한라산 백록담 표지석(펌. 한라산 백록담을 향하여-브라보마이라이프 (etoday.co.kr))

역시나 까마귀들. 밥줄로 보이는 것에는 귀신같이 몰려드네요.

사실 이 풍경을 보면서 좀 아쉬웠던게...

저는 산정에서 약간 아래에 깔리는 운해를 보면서 약간 추운듯한 바람이 부는 풍경을 기대했었습니다만 날씨가 따뜻해서 인지, 온난화가 진행되어서 인지 그런 장면은 볼 수 없었네요.

 

둘이 가져온 요기거리는 이미 삼각봉 대피소에서 먹었기에 아쉬운대로 남아있는 레몬사탕을 한개씩 먹으면서 풍경을 즐겼습니다.

백록담 아래 하얗게 말라죽은 나무가 많은데 이 나무들은 제주도 한라산의 명물로 불리는 구상나무 입니다.

"살아 백년 죽어 백년" 간다는 구상나무는 2013년 세계 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적색목록에 등재한 멸종위기종으로, 한라산의 구상나무군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고사한 나무들의 대부분은 태풍의 영향으로 기울어져 죽은 케이스라고는 하나 기후의 변화도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제주도에서는 2025년까지 한라산 구상나무를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과연 이렇게 방치된 나무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언제 볼 수 있을지 아쉬운 생각이 먼저 앞서네요.

그런 씁쓸함을 뒤로 한채 이제 주차장까지의 타임어택에 돌입합니다.

남은 물은 200ml 남짓. 음식은 없고 앞으로 등산은 최소 4시간....

아... 헬기타고 내려가고 싶네요...

 

저희가 가져온 렌트카가 관음사 탐방로 주차장에 세워져 있어서 성판악코스가 아닌 관음사 탐방로 코스로 다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와이프님께서는 올라오는게 너무 힘들었어서 하산할땐 쉬울줄 알았다고 하시나....

올라올때의 그 끔찍한 기억탓에 저는 내려가는 것도 힘들겠구나 하고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그 이유로

1. 돌을 모아서 만든 코스가 많습니다.

이거 올라올때는 발 딛을곳이 단단하고 나름 높이가 비슷비슷 하여 괜찮습니다만, 내려갈때는 바닥이 너무 단단한 나머지 무릎에 부담이 갑니다.

또 올라갈때 비슷비슷했던 높이에 비해 내려갈때는 생각보다 굴곡이 있어 약간의 점프를 해야할 때가 있으므로 마찬가지로 무릎과 다리에 부담이 갑니다. 괜히 관음사 코스가 험한 코스라는 것이 아님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줍니다.

 

2. 계단 코스가 군데군데 있습니다.

돌과 마찬가지의 의미로 무릎과 관절에 부담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흙길이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겨울에 올때는 이런 단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듯 합니다. 겨울에 흙산은 정말 올라갈 곳이 못되니까요.

 

3. 하산할수록 코스간 길이가 길어집니다.

관음사 코스는 올라갈 수록 기울기가 심해집니다. 개중 가장 심한 곳이 탐라계곡 목교부터 개미등 구간, 그리고 용진각현수교부터 백록담 구간입니다.

반면에 관음사탐방로 입구부터 탐라계곡 목교까지는 다소 지루한 돌길이 계속됩니다

이게 함정입니다. 탐방로 안내판에 녹색으로 나오면서 보통이라고 등산객을 안심시킨 이 1코스는 하산시에는 누구나 투덜거릴수밖에 없게 만드는 코스로 돌변합니다.

돌을 밟으면 무릎이 아프고, 길이는 무려 3km가 넘어 지루하게 계속 돌만 밟고가다보면 초보자든 전문가든 짜증날 수 밖에 없는 코스입니다.

등산을 많이 하시는 어르신들 조차 이 구간은 너무 심심하고 다리만 아프다면서 투덜거리고 내려가시는걸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튼 우리에겐 선택지가 없었으므로 관음사 탐방로 길로 내려갔습니다.

이때 빛을 발하는 것이 무릎 보호대와 스틱입니다.

이 둘을 잘 준비해오신 분이라면 비교적 수월하게 내려가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저희는 비행기타고 제주도에 도착하는 시점까지 한라산 등반이라는 것은 꿈도 꾸지않았기에 그런것을 준비해왔을 리가 없지요... ㅋ


올라올때 심하지 않은 경사로 꿈과 용기를 주었던 이 코스가 내려가는 시점엔 악마의 장난처럼 보이게됩니다. 아이고 내 무릎아...

마침 목도 말라오고 말마저 많이했다간 목마름을 견딜수 없을 것 같아 조용히 하산만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와이프님이 목마르실까봐 남은물을 꾸준히 드시게 하였습니다.

와이프님의 목은 소중하니까요.

 

내려가는 길은 정말 별 생각 없이 내려만 왔습니다.

중간에 5번 정도 앉아서쉰것같습니다. 다른것보다 무릎과 허리가 시큰거려서 였는데 이럴때는 그냥 조금씩 쉬면서 가는게 좋습니다.

욕심부리면서 가다간 더 크게다치거나 데미지가 쌓일 수 있기때문에 조심해서 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끝날 것같지않게 이어져 있던 길도 끝을 보이게 됩니다.

약 4시간...내려와서 드는생각은 목말라 물좀 줘 였습니다.

제 생각에도 8시간 30분동안 물을 거의 한컵정도만 마신건 많이 무리였습니다.

덕분에 내려와서 1리터가까이되는 물을 들이키고도 갈증이 가시지 않더라구요.

 

와이프님께서 한라산 정상 등정 인증서를 뽑아가자고 하십니다.

그게 뭐지 하면서 그러시라고 말씀드리자 좋다고 왠 부스로 들어가십니다.

알고보니 등정을 인증해주는 증서인듯 합니다. 아 정상 등정 인증서니 당연한건가

 

천원짜리 한라산정상등정인증서로 당신도 등정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현지에만 있는 스탬프를 따로 찍는 세심함까지! 이것만 찍으면 나도 한라산 등반가!

 

p.s 한라산 등반은 계획을 세우고 철저한 준비후에 진행하는것이 좋습니다.

꼭 장비 뿐만이 아니라, 몸도 등산하면서 다치지 않도록 약간의 운동을 겸해주는것이 좋습니다. 특히 겨울의 눈덮인 산 등반은 다른계절과 난이도 비교자체가 불가하니 꼭 준비후에가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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